2009년 09월 24일
3. 진실 혹은 거짓
이메일을 열어보니 한편의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외에 이메일 바디에 몇 글자 적어 놓은 것이 있었는데 우선적으로 동영상이 나를 확 잡아 끌어당기는 듯했다.
알 수 없는 말이 동영상에 실려 먼저 흘러나오면서 몇 분이 지나서야 화면이 잡히기 시작했다.
어느 외국에서 촬영되었겠거니 했다.
근데 왠걸..동영상을 통해 내 앞에 나타난 인물은 분명 동양인이었다.
'셀카?'
그렇다. 자신의 시선 앞에 카메라를 고정시키려는 듯했다.
자신의 몸 어딘가에 지지대를 걸고 그 위에 카메라를 돌려 고정시키려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이는 것이다.
'뭐야? 이 사람. 한국 사람이야?"
그런데 여전히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카메라에 대고 뭔가를 지껄이고 있었다.
나는 동영상을 끊고 이메일에 적힌 무언가를 읽으려는 호기심을 꾹 참으면서 계속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마치 내 기억 속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고 하듯이...
'저 사람이 내게 지금 뭔가를 말하려는 걸까?'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집중보다 우선은 그 사람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궁금해지기 시작해서 동영상을 처음으로 되돌렸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려다가 우선은 그 사람이 있는 곳이 어딘지부터가 알고 싶어졌다.
하지만 빛을 과다하게 노출시켜서인지 확실히 어딘지 알 수 없는..하지만 군데군데 듬성듬성 난 풀하며 머리 위로 힐끗 보이는 나뭇가지들로 어쨌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구나 하는 걸 짐작하는 정도였다.
처음 이메일을 열었을 때 봤던 부분까지 배경을 탐색해서는 어딘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어딘지를 알아내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그 사람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계속 카메라를 보면서 뭐라고 지껄이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즉시 컴퓨터의 녹음기를 켜고 소리만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소리 파일만 인터넷에 올리면 어느 누군가가 해독을 해 줄 수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동영상을 전부 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지만,
다 보고 나서야 그제서야 왜 이런 메일이 나한테 전달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비로소 생겨났다.
그리고 내가 녹음한 소리를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젠장...이건 또 뭐야...
녹음을 한 파일을 켜는 순간 난 또 한번 놀랐다.
분명 동영상을 보면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녹음했건만, 또 다른 이상한 말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내가 잘못 녹음했나? 하고 수차례 반복해서 들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동영상을 틀어 보았으나,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아까 내가 들은 음성과 동일했다.
그런데 녹음된 파일을 켰을 때 흘러나오는 소리는 분명 달랐다.
다시 한번 녹음기를 켜서 동영상의 소리만을 녹음했다.
역시 녹음을 끝내고 파일을 재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에 녹음한 소리와 또 다른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정말 이건 알 수 없는 조화였다.
설명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이거 어쩌지?'
이러다보니 어느덧 아침이 밝아 버렸다.
'이런...잠깐...지금 혹시 제희가 접속해 있을까?'
외국 프로덕션의 프로듀싱 업무를 하는 친구 녀석이 생각났다.
그 녀석은 프리랜서지만 주로 야간업무를 즐겨하는 녀석이다. 그래야 돈도 두둑이 챙길 수 있고, 실시간으로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좋다고 자랑하던 녀석...
아니나 다를까 메신저에 환하게 그녀석의 이름이 들어왔다.
"자리에 있냐? 있으면 응답하라"
한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누구시죠? Who the hell are you? Where are you from?"
'어라? 이녀석 봐라. 누구시죠? 게다가 외국 회사랑 일한다고 영어로 지껄여?"
"나야. 임마. 장난치지 말고...지금 나 그럴 기분 아니거든?"
"What do you mean? gkasfnisdjfiwekfaksdf,nd.,foaeonoefnkla,d,dkndkdhkdkfiooado"
'이 자식. 지금 뭐라는거야? 왜 갑자기 영어를 쓰다가 이상한 말을 쓰고 그래?'
"야...나야 임마...너 나한테까지 왜냐니? what do you mean?"
그런데 갑자기 제희 녀석의 메신저가 로그아웃되어버렸다.
'어라? 이 놈 봐라. 말하다 말고 그냥 나가버리네? 일이 많이 바쁜가? 아님 이 자식...밤샘 작업에 피곤해서 졸다가 메신저를 받았나?'
암튼 친구녀석에게 물어보려던 게 메신저 이상인지 친구 녀석이 이상한건지 암튼 물어볼 수 없게 됐다.
아...이를 어쩐다?
"띠리리링 띠리링..."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 번호를 보니 아까 그 녀석이었다.
옳다...이놈...장난쳤구나. 욕을 바가지로 해 줄 요량으로 급하게 폴더를 거칠게 열어 재꼈다.
"그래...이 자식아...아침부터 장난치니까 좋냐?"
"무슨 장난? 야...나 지금 왠 이상한 놈이 말 걸어서 혹시 넌가 해서 전화걸어본 건데 그 이상한 말로 지껄이던게 너냐?"
"어....시치미 고만 떼시지.. 그렇지 않고는 너가 나인줄 알고 어찌 거냐?"
"아냐...임마...왠 이상한 넘이 메신저에서 말을 거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이상한 영문자로 나오잖아..그래서 난 혹시 미국 본사 넘인가해서 영어로 했더니 이상한 알파벳만 나열되고 제대로 된 영어를 안 쓰더라구... 그래서 혹시 너가 메신저 자주 쓰니까 요즘 이런 바이러스 있는지 한번 물어보려고 전화 건거야.."
'바이러스? 메신저 바이러스?'
"야...그러지 말고 너 지금 메신저 접속해봐. 얼른~~"
"메신저? 그래. 알았어..자...로그온 했어."
"야..근데 너 친구목록에 안 보이는데? 너 아이디 두개 쓴다더니 다른 걸로 접속한 거 아냐?"
"무슨 소리야? 너 그 아이디 둘다 저장해 뒀댔잖아? 나 안 보여? 대화명 '꽃게 먹으러 소래포구갈꺼나?' 안 보여?"
"아니..그런 건 없는데? 로그온 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야! 너 컴터 바이러스 체크나 해. 괜히 남한테 메신저 바이러스 옮기지 말고! 그거 다 고치면 전화해라~ 나 바뻐서 끊는다 이만."
메신저 바이러슨가?
아..진짜 이상한 사이트 접속하고 이메일 열어봤더니 당장에 바이러스 걸려버렸네..
지체없이 바이러스 검사 프로그램을 돌렸다.
한 동안 좀 시간이 걸릴테니 그동안 녀석한테 전화해서 다시 물어봐야겠다.
"다 고쳤냐?"
"아...지금 바이러스 프로그램 돌리는 중.."
"다 고치고 전화하랬잖아...나 바쁘다고...너랑 놀아줄 시간 없다고..."
"그게 아니라 들어봐...하도 이상해서 너한테 물어볼려고 메신저질한건데 바이러스 땜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됐나부다."
"그래? 그래 뭐가 이상한데?"
그간 밤사이 기이한 현상들을 설명해 주었다.
차근차근 듣는 기척을 보이던 녀석, 수화기 너머 갑자기 이상한 정적이 흘렀다.
잠깐 뒤였을까?
"야...미안하다...미국 본사에서 사장이 직접 이메일 보내 그거 읽느라고 네 얘기 자세히 못 들었다.
첨부터 다시 말해주라. 동영상 이메일이 뭐 어쨌다고?"
속으로 좀 짜증이 났지만 달리 의논할 상대도 없는 탓에, 꾹 참고 한번더 자초지종을 얘기해 줬다.
"야..그럼 그 파일 나한테 좀 보내봐. 아 그리고 이메일이라고 했으니까 아이디랑 패스워드도 가르쳐 주고..."
제희 녀석에게 이메일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주었다.
to be continued...
# by | 2009/09/24 23:13 | 기억의 습작 | 트랙백 | 덧글(0)









